국회미래연구원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의 구조적 전환 문제로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적 전환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 시급
국회미래연구원은 2일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한국의 미래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직면한 현 상황을 일시적 업황 부진이 아닌 구조적 전환기로 규정하고, 단기·중기·장기별 국가 전략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그동안 ‘나프타분해센터(NCC)-범용제품-대중국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과잉, 탄소중립 규범 강화 등으로 인해 기존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다.
보고서는 주요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별 산업 여건에 맞는 적응 경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규모 확대와 자급화를, 미국은 원가우위 중심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반면 일본과 EU는 각각 설비합리화와 저탄소 전환에 집중하며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보유한 경쟁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전환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단기·중기적으로는 정유와 석유화학의 통합 및 설비 통폐합을 통해 과잉설비와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이 시기의 감축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중장기 전환 여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경쟁력을 고려해 유지할 설비와 감축할 설비를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환경 규범과 AI, 전력망 등 미래 수요를 생산 기반과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기존 인프라를 고부가 소재나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해 새로운 경쟁우위를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으로 첫째, ‘감축-전환-유지’를 구분하는 설비합리화 로드맵 수립이 제시됐다. 정부와 업계는 ‘국가 석유화학 소재·설비 공급망 지도’를 구축해 실질적인 생산능력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전방산업과 연계한 성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등 국내 주력 산업과 연계해 R&D부터 양산까지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고 산업 전환 성과에 따라 차등적인 정책 지원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 및 고용 정책과의 결합이다. 산업집적지의 숙련 인력을 성장 영역으로 재배치하고, 유휴 부지나 배관 등 기존 인프라를 신규 전환 산업의 기반 시설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보고서는 2025년 제정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새로운 수단 추가보다 이미 마련된 제도를 실행하며 체계적인 평가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은아 연구위원은 “현재의 위기를 기존 산업의 단순한 축소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공급과잉 설비를 조정해 전환 여력을 확보하되, 동시에 미래에 남겨야 할 생산기반과 새롭게 확보해야 할 경쟁우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 연구위원은 “설비합리화 정책의 성과는 NCC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아니라, 감축된 자본과 인력, 부지와 산업기반이 새로운 경쟁력 있는 생산구조로 얼마나 이전되었는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